[사설] 30년 전 석면공장 근로자, 지금도 '석면 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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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단열재 등 건축 재료로 널리 사용됐던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진 이후 세계적으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침묵의 살인자' 또는 '조용한 죽음의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처럼 호흡을 통해 석면 가루를 들이마시면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폐암은 물론이고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대 석면중피종환경보건센터의 최근 연구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센터가 과거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54명을 대상으로 정말조사한 결과 19명에게서 중피종의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고 한다. 또 34명은 흉통이 있고, 42명은 마른 기침·가래·호흡 곤란·천식 등의 자각 증세가 있었으며 21명은 우울증까지 호소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30여 년 전에 석면공장을 다녔던 근로자의 가래에서 여전히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석면의 신규 사용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지만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나 석면 제품을 사용했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나 건축물의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면 가루로 인해 일부에서는 석면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석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석면 피해자들에 대한 정밀실태 조사 확대는 물론이고 구제 조치 역시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올 들어 석면으로 인한 폐암 발병을 사상 처음으로 인정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른 보상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 사회가 석면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예산과 인력 등도 더욱 확대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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